고개를 돌려 벽을 봤다
고개를 돌려 벽을 봤다
그랬더니 보이는 건..
역시나 벽
그냥 벽이다
뭐, 당연하다면 당연하다
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
벽은 벽이다
벽이 벽이지, 달리 뭔가?
벽을 봤는데, 벽이 보인다?
당연한 말이다
난 벽을 봤다
난 고개를 돌려 벽을 봤다
고개를 돌려 벽을 봤다
그런데 벽을 보던 중
살짝 벗겨진 게 보인다
벽지가 벗겨졌다
왜지?
모른다
유추해본다면?
뭔가 끌린 자국이다
뭔가에 끌렸다
뭐에?
정확히는 모르지만-
아마-
일부러 손톱으로 끌어봤다거나-
제법 힘이 실린 작은 무언가에-
별 것 아닌 그런 이유로 되었겠지
사실 이것 그 자체가
별 거 아닌 그런 거다
그런데 더 자세히 보니
다른 곳에서 얼룩이 보인다
잘 안 보인다고?
자세히 봐라
뭔가 검은 부분이 있지 않나!
이건 뭔가 튀긴 거다
음료나 다른 어떤-
액체가 말이다-
액첵라 종이에 스며들고,
그대로 말라
이렇게 되었겠지
마르지 못한 만큼의 양은
기화되었을 거다
아니면, 닦였지만
벽지가 종이라
닦았지만도 먹은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
좀 더 보니까
벗겨진 부분이 보인다
왜 벗겨졌을까?
제법 크다
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크기
그래서일까?
책상으로 가렸다
하지만 제법 높아
다 가릴 수가 없다
그래도 책상으로 가리니
한결 낫다
나도 고개를 돌려서야 알았다
사실 가린 게 현명하다
그대로 보자니 너무 눈에 띄고,
이것 때문에 벽지를 갈 수 없다
그렇다면 남은 건?
뭐긴!
가리는 거지!